10화. 십 년 뒤의 우리에게 한글 타자 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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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십 년 뒤의 우리에게 전문
한결이네 집 우편함에는 정말로 내 편지가 꽂혀 있었다.
똑같은 초록색 소인, 꽃무늬 편지지. 한결이는 그 자리에서 뜯으려고 했고, 나는 뺏으려고 했고, 우편함 앞에서 한바탕 실랑이가 벌어졌다. 지나가던 한결이네 아랫집 할머니가 싸우지 말라고 한마디 하셔서 우리는 죄송합니다, 하고 합창을 했다. 싸우는 게 아니라 그 반대였는데.
결국 방파제에 나란히 앉아, 각자의 편지를 서로에게 소리 내어 읽어 주기로 했다. 일 년 전의 규칙은 보여 주지 않기였지만, 그 규칙은 일 년 전 것이니까.
내 편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한결이에게. 너 없는 학교는 상상이 안 된다. 새 친구가 생겨도 너 같지는 않겠지. 지우개 반 잘라 주고 팔 년 생색내는 애가 세상에 또 있을 리가 없잖아. 혹시 일 년 뒤에 우리가 서먹해져 있으면 어떡하지? 나는 자존심이 세서 먼저 연락 못 할 것 같은데. 그래도 이 편지가 도착하면 꼭 답장해 줘. 나는 기다리는 건 잘하니까."
한결이가 읽다가 고개를 들었다.
"야. 우리 둘 다 똑같은 걱정을 썼잖아."
"그러네."
"똑같은 걱정을 하면서, 일 년 동안 연락을 안 했다고. 우리가. 이 바보들이."
우리는 방파제에 앉아 한참을 웃었다. 웃음 끝이 조금 매웠지만, 바닷바람 때문이라고 하기로 했다. 파도가 방파제에 부딪혀 하얗게 부서졌다.
돌아가는 기차 시간이 다 되었을 때, 한결이가 나를 끌고 간 곳은 바닷가 등대 옆이었다. 거기에 하늘색 우체통이 서 있었다. 이 도시의 느린 우체통. 그런데 배달까지 걸리는 시간이 달랐다. 십 년.
"십 년이면 우리 스물여덟이다."
"뭐 하고 있을까, 그때."
"몰라. 그러니까 재밌는 거지."
내가 일 년 전 한결이의 말투를 흉내 내자, 한결이가 웃으며 매점으로 편지지를 사러 뛰어갔다. 이번에도 꽃무늬와 바둑무늬 중에서 가위바위보를 했고, 이번에는 한결이가 이겼다.
우리는 등대 아래에 등을 맞대고 앉아 편지를 썼다. 이번에는 받는 사람을 정하지 않았다. 겉봉에는 두 사람의 이름을 나란히 적었다. 스물여덟 살의 우리 중, 먼저 찾으러 오는 사람이 임자. 등 너머로 넘어오는 볼펜 소리가, 일 년 전과 똑같이 사각거렸다.
편지 두 통이 우체통 바닥에 툭, 하고 떨어졌다.
어떤 마음은 빨리 도착하면 안 된다. 일 년 전의 나는 몰랐지만 지금은 안다. 어떤 마음은 느리게 도착해야, 정확히 제시간에 도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