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옆자리 한글 타자 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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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옆자리 전문
모임 사람들은 서로를 닉네임으로도 부르지 않았다. 부를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몇 주가 지나자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것들이 있었다. 창가 자리 할아버지는 늘 시조를 적는다는 것. 맞은편 단발머리 여자는 과학책만 필사한다는 것. 그리고 내 옆자리 남자는 매주 온다는 것. 비가 와도, 연휴여도, 한파주의보가 내려도.
그는 조용한 사람이었다. 여덟 시 오 분 전에 와서 같은 자리에 앉고, 책방 주인이 내주는 보리차를 두 손으로 받고, 두 시간 동안 거의 자세를 바꾸지 않고 적었다. 글씨 쓰는 소리가 고른 사람이었다. 사각, 사각, 사각. 그 소리는 메트로놈 같아서, 옆에서 적다 보면 내 호흡도 따라 골라졌다.
낭독 시간에 그는 매번 읽는 쪽이었다. 목소리는 낮고, 읽는 속도는 느렸다.
"오늘 적은 문장입니다. — 나무는 자기가 자라는 소리를 듣지 못한다."
왜 골랐는지 설명하지 않는 게 규칙이라, 문장은 늘 문장인 채로 테이블 위에 놓였다. 그런데 이상하지. 설명이 없으니까 오히려 더 궁금해졌다. 저 문장을 고른 두 시간 동안 저 사람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자라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나무라니, 뭔가를 오래 견디는 사람인가. 아니면 뭔가가 끝나 가는 걸 모르는 척하는 사람인가.
넷째 주에 나는 볼펜을 돌려줬다. 새것 한 자루를 사서 같이 내밀었더니, 그가 처음으로 나를 보고 웃었다.
"이자까지 주시네요."
여섯 글자였다. 그 주의 낭독 시간에 나는 내가 적은 문장을 처음으로 소리 내어 읽었고, 읽으면서 딱 한 번 옆을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