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대충 쓴 글자부터 사라진다 한글 타자 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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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대충 쓴 글자부터 사라진다 전문
기역 대장은 준서를 마을 게시판 앞으로 데려갔다.
게시판에는 받침을 도둑맞은 낱말들이 죽 붙어 있었다. 문이 무가 된 사건. 별이 벼가 된 사건. 방앗간의 콩 자루가 전부 코가 되어 밤새 킁킁거린 사건. 그런데 자세히 보니 도둑맞은 글자들은 하나같이 글씨가 엉망이었다. 삐뚤빼뚤하고, 흐리고, 급하게 휘갈긴 글자들이었다.
"봐라. 도둑맞은 글자는 전부 대충 쓴 글자다."
"네?"
"정성껏 꾹꾹 눌러쓴 글자는 받침이 단단히 붙어 있어서 도둑도 못 뽑아. 그런데 대충 휘갈긴 글자는 받침이 헐렁헐렁하지. 손만 대도 쑥 빠진단 말이야. 서연이네 문패처럼 또박또박 쓴 글자는 한 번도 도둑맞지 않았어."
"서연이요? 우리 반 서연이랑 이름이 같네...."
준서는 중얼거리다가 뜨끔했다.
자기 공책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빨리 끝내려고 휘갈겨 쓴 글자들. 지렁이 같다던 글씨. 옆으로 아무렇게나 굴러가 있던 받침들. 그 받침들은 지금 얼마나 헐렁헐렁할까.
"저기... 혹시 바깥 세상 공책의 글자도 위험한가요?"
"바깥이든 여기든 글자는 글자지. 헐렁한 받침은 언제든 빠질 수 있어."
준서는 갑자기 마음이 조마조마해졌다. 어젯밤에 쓴 숙제 공책이 바로 이 마을로 통하는 구멍이 되지 않았던가. 그 구멍은 어쩌면, 무너진 글자들이 낸 구멍이 아니었을까.
그때 저쪽에서 다급한 비명이 들려왔다.
"도둑이야! 빵집에 도둑이 들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