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서랍 속 스물두 권 한글 타자 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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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서랍 속 스물두 권 전문
사달은 보험 서류였다.
회사에서 실비보험 갱신 서류를 떼 오라는데, 증권을 어디 뒀는지 알 수가 없었다. 집안의 모든 서류는 아내 담당이었다. 전화로 물으니 아내가 말했다. "안방 문갑 둘째 서랍. 아니다, 셋째 서랍인가. 거기 어디 있어."
둘째 서랍에는 없었다. 셋째 서랍을 열었더니, 서류 대신 공책이 나왔다. 한 권이 아니었다. 서랍 가득, 크기도 표지도 제각각인 공책들이 차곡차곡 누워 있었다. 제일 위의 것을 꺼내 표지를 보니 아내의 글씨로 연도가 적혀 있었다. 그 아래 것에는 그 전해의 연도. 맨 밑에서 나온 제일 낡은 공책의 표지에는, 우리가 결혼한 해가 적혀 있었다.
가계부였다. 스물두 권.
아내가 가계부를 쓴다는 건 알고 있었다. 식탁에 앉아 영수증을 정리하는 뒷모습은 우리 집 저녁 풍경의 일부였다. 그런데 그게 이십이 년 치가 고스란히 모여 있을 줄은 몰랐다. 버리지 않고, 이사를 두 번 하면서도, 연도순으로.
증권은 넷째 서랍에서 나왔다. 서류를 챙기고 서랍을 닫으면 되는 일이었다.
그런데 나는 제일 낡은 공책을 든 채로 침대에 걸터앉았다. 결혼한 해의 가계부. 신혼의 살림이 궁금했다기보다는, 그냥, 아내의 이십이 년 전 글씨가 궁금했던 것 같다.
첫 장을 넘겼다. 콩나물 500원, 두부 1,000원, 버스비, 쌀. 빼곡한 숫자들. 스물여섯 살의 아내가 꾹꾹 눌러쓴 살림의 기록.
그리고 페이지 맨 아래 귀퉁이에, 숫자가 아닌 것이 한 줄 적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