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김밥 두 줄 한글 타자 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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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김밥 두 줄 전문
"3월 9일. 김밥 두 줄 3,000원. 이 사람이 자기는 배 안 고프다며 내 것만 사 왔다. 거짓말. 배에서 소리 나는 거 다 들었다. 결혼하길 잘했다."
나는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했다.
기억이 났다. 아니, 정확히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 신혼 초, 월급날 전주의 궁핍한 저녁들 중 하나였을 것이다. 김밥 두 줄을 사서 아내만 먹인 날이 있었던 모양이다. 나는 그런 날이 있었다는 것 자체를 잊고 살았는데, 아내는 그날의 김밥값 옆에 그걸 적어 두었다. 이십이 년 동안.
페이지를 넘겼다. 숫자, 숫자, 숫자. 그러다 또 귀퉁이에 한 줄.
"4월 2일. 이 사람 구두 뒤축 갈았다. 8,000원. 아까워하길래 내가 우겨서 갈았다. 취직 면접 보러 다니던 구두라 버리기 싫단다. 이런 데는 마음이 여려서 어쩌나."
"5월 30일. 삼겹살 12,000원. 회사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을 안 한다. 고기를 평소보다 많이 먹었다. 말 안 해도 되니까 많이 먹어라."
숫자 사이사이, 서너 장에 한 번씩, 아내의 문장이 있었다. 가계부의 본문은 살림이었지만 귀퉁이의 본문은 나였다. 스물여섯 살의 아내가 관찰하고, 걱정하고, 웃어넘기고, 아껴 둔 스물아홉 살의 나.
거실 시계가 열한 시를 쳤다. 나는 저녁도 잊고 있었다.
두 번째 권을 꺼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