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싸운 날의 기록 한글 타자 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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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싸운 날의 기록 전문
부부가 이십이 년을 살면서 안 싸울 수는 없다.
우리도 싸웠다. 큰 소리가 난 날도 있었고, 사나흘 말을 안 한 적도 있었다. 가계부를 읽으며 나는 그 날짜들이 궁금해졌다. 그 밤들에 아내는 뭐라고 적었을까.
찾아보니, 싸운 날의 가계부에는 규칙이 있었다.
한 줄 메모가 없었다. 숫자만 있었다. 콩나물, 두부, 공과금. 평소보다 글씨가 반듯한 숫자들. 화가 난 사람이 꾹꾹 눌러쓴 반듯함이었다. 그런데 며칠 지나면 어김없이 이런 메모가 나타났다.
"5월 17일. 이 사람이 좋아하는 갈치 한 손 12,000원. 내가 먼저 지긴 싫고, 갈치가 대신 화해함."
"11월 2일. 지출 없음. 사흘 만에 이 사람이 말 걸었다. 겨우 한다는 말이 '내일 쓰레기 버리는 날이지?'였다. 저 인간은 평생 저럴 것이다. 그래도 그 말 하려고 하루 종일 서성인 거 안다."
나는 얼굴이 뜨거워졌다. 쓰레기 버리는 날이지, 라니. 정말로 내가 할 법한 화해의 말이었고, 정말로 하루 종일 서성이다 겨우 꺼낸 말이었을 것이다. 그걸 아내는 다 보고 있었다. 저 인간은 평생 저럴 것이다, 라고 한숨을 쉬면서, 그 서성임까지 알아주면서.
어느 페이지에는 이렇게도 적혀 있었다.
"싸운 날에도 밥은 두 그릇 안쳤다. 이게 결혼인가 싶다."
이게 결혼인가 싶다. 물음표도 없는 그 문장을, 나는 오래 들여다봤다. 젊었을 때 나는 사랑이 뜨거운 것인 줄 알았다. 쉰둘의 밤에 가계부에서 배웠다. 사랑은 싸운 날에도 두 그릇 안치는 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