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내가 몰랐던 나 한글 타자 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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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내가 몰랐던 나 전문
수요일 밤까지 나는 열여덟 권을 읽었다.
회사를 다녀와서 국을 데워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안방으로 직행하는 사흘째. 누가 보면 무슨 비밀문서라도 읽는 줄 알았을 것이다. 비밀문서가 맞긴 했다. 이십이 년 동안 한 지붕 아래서 작성된, 나에 대한 단 한 명의 기록.
가계부 속의 나는 낯설었다.
나는 내가 무뚝뚝하고 재미없는 남편이라고 생각해 왔다. 그런데 아내의 기록 속에서 나는 뒤축 갈기 아까워하던 구두를 버리지 못하는 사람이었고, 장모님 카네이션을 챙기는 사람이었고, 딸의 수학여행 날 새벽에 몰래 용돈을 가방에 찔러 넣는 사람이었고("들켰음. 딸이 아니라 나한테. 가방 지퍼 열려 있었음. 못 본 척했음"), 아내가 아팠던 어느 해에는 "이 사람이 병원 복도에서 손을 계속 주물러 줬다. 손이 이렇게 큰 줄 처음 알았다. 25년을 봤는데"라고 기록된 사람이었다.
칭찬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양말을 뒤집어 벗는 버릇, 30년째. 다음 생에도 고치겠나"라든가, "생일 선물이 또 압력밥솥. 낭만에 지출하는 법이 없다. 밥은 잘된다. 그게 더 얄밉다" 같은 것들도 있었다. 나는 그런 줄에서 더 크게 웃었다. 흉조차 오래 봐 온 사람의 흉이었다. 미움이 아니라 목록에 가까운, 계속 살 사람의 흉.
열여덟 권을 덮고 나서 나는 문득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아내의 이십이 년은 이렇게 남아 있다. 그런데 나의 이십이 년은 어디에 있나. 나는 아내의 무엇을 적어 둔 적이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