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각자의 교실 한글 타자 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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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각자의 교실 전문
고등학교는 생각보다 바빴다.
낯선 교실, 낯선 얼굴들, 7교시, 야간자율학습. 새로 짝이 된 수아는 웃긴 애였고, 나는 그 애 덕분에 새 학교에 생각보다 빨리 적응했다. 수아는 급식 메뉴를 보고 그날의 운세를 점치는 애였는데, 그 엉터리 운세가 이상하게 자주 맞았다. 나는 동아리에 들었고, 중간고사를 망쳤고, 수행평가에 쫓겼다. 하루가 늘 모자랐다.
한결이와의 통화는 매일에서 이틀에 한 번이 되고, 일주일에 한 번이 되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었다. 밤 열 시에 야자가 끝나면 전화할 기운이 없었고, 주말에는 서로 시간이 어긋났다. 내가 한가한 토요일 오후에 한결이는 학원에 있었고, 한결이가 전화한 일요일 밤에 나는 수행평가 발표 자료를 만들고 있었다. 통화는 문자가 되고, 문자는 짧아졌다.
잘 지내? 응, 너는? 나도. 언제 한번 봐야 되는데. 그러게.
언제 한번, 이라는 말이 얼마나 게으른 약속인지 그때는 몰랐다. 언제 한번은 달력에 없는 날짜였다.
한결이의 SNS에는 모르는 얼굴들이 늘어 갔다. 바닷가에서 교복 입고 찍은 사진, 처음 보는 애들과 떡볶이를 먹는 사진, 누군가의 생일 파티에서 고깔모자를 쓴 사진. 사진 속에서 한결이는 잘 웃고 있었다. 나는 사진마다 좋아요를 눌렀지만, 언젠가부터 댓글은 달지 않게 되었다. 그 애들끼리 주고받는 댓글 사이에 끼어들 자리가 없어 보여서였다. 걔네는 어제의 한결이를 알고, 나는 작년의 한결이를 알았다.
한결이도 내 사진에 좋아요를 눌렀다. 딱 좋아요만.
우리는 그렇게, 서로의 일상을 유리창 너머로 구경하는 사이가 되어 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