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열두 시 이 분 전 한글 타자 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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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열두 시 이 분 전 전문
내 생일은 5월이다.
그해 생일에 나는 하루 종일 휴대폰을 힐끔거렸다. 아침에는 수아와 반 애들이 매점 빵에 초 대신 빼빼로를 꽂아 불도 못 붙이는 생일 케이크를 만들어 줬고, 저녁에는 엄마가 미역국을 끓이고 아빠가 퇴근길에 케이크를 사 왔다. 좋은 하루였다. 좋은 하루여야 했는데, 나는 자꾸 알림을 확인했다. 쉬는 시간마다, 급식 줄에서, 야자 시간에 몰래.
한결이에게서는 연락이 없었다.
팔 년 동안 한결이는 내 생일 0시가 되자마자 제일 먼저 축하 문자를 보내는 애였다. 자정 땡 하면 도착하는 문자. 12시 되자마자 보내는 거 초등학생 같다고 내가 놀리면, 한결이는 1등이 중요한 거라고 우겼다. 나는 매년 그 문자를 기다렸다. 놀리면서도 기다렸다.
밤 열한 시 오십팔 분에 문자가 왔다.
"생일 축하해!! 미안 오늘 하루종일 정신없었어ㅠㅠ 미역국 먹었어?"
이 분만 늦었으면 내 생일이 끝날 뻔한 시간이었다. 1등으로 축하하던 애가 꼴등으로 왔네. 나는 그렇게 쓰다가 지웠다. 유치해 보여서였다. 대신 이렇게 보냈다.
"고마워."
느낌표도, 이모티콘도, 미역국 얘기에 대한 대답도 없이. 두 글자.
지금 생각하면 그게 뭐라고 싶다. 하루 종일 정신없었다는 말은 사실이었을 것이다. 한결이도 낯선 도시에서 자기 몫의 하루를 버티고 있었을 테니까. 그런데 그때의 나는 그 두 글자로, 일 년 치 서운함을 있는 힘껏 던졌다. 서운하다고 말하는 대신 서운함을 알아맞혀 보라고 던진 것이다. 그게 제일 비겁한 방식이라는 걸 그때는 몰랐다.
한결이는 내 답장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다음 주에도, 그다음 달에도. 나는 나대로 자존심이 상해서 먼저 연락하지 않았다. 별일도 아니었는데. 정말이지 별일도 아니었는데, 별일이 아니어서 오히려 사과할 타이밍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