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침묵 한글 타자 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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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침묵 전문
여름이 왔다.
한결이와 나는 여름방학 내내 한 번도 연락하지 않았다. 방학 때 바다 보여 준다던 약속은 둘 다 꺼내지 않았다. 나는 방학 동안 학원에 다녔고, 수아네 가족이랑 계곡에 한 번 갔고, 그럭저럭 잘 지냈다. 잘 지낸다는 게 문제였다. 한결이 없이도 잘 지내진다는 것이.
이상한 건, 연락을 안 할수록 연락하기가 더 어려워진다는 것이었다. 한 달쯤 지났을 때는 '잘 지내?'라고 보내면 됐다. 두 달이 지나자 잘 지내, 앞에 뭔가 설명이 필요할 것 같았다. 석 달이 지나자, 이제 와서 아무렇지 않게 연락하는 게 더 이상한 일처럼 느껴졌다. 침묵은 이자가 붙었다.
한번은 학교 앞 떡볶이집에 갔다가, 사장님이 물었다.
"어? 너 맨날 같이 오던 단발머리 친구는?"
"이사 갔어요. 멀리."
"아이고, 아쉬워라. 둘이 세트였는데."
나는 웃으면서 떡볶이를 먹었는데, 그날따라 떡볶이가 맵지도 않은데 코끝이 시큰거렸다.
밤마다 가끔 한결이의 SNS에 들어갔다. 새 게시물이 뜸해져 있었다. 마지막 사진은 학교 축제 사진이었고, 나는 그 사진을 오래 들여다보다가 좋아요도 누르지 않고 나왔다. 좋아요를 누르면, 나 아직 너 보고 있어, 하고 들키는 것 같아서.
한 번은 메시지 창을 열고 한참을 앉아 있었다.
'잘 지내?' — 썼다가 지웠다.
'나 어제 그 떡볶이집 갔는데' — 썼다가 지웠다.
'미안해' — 이건 쓰다가 손이 멈췄다. 뭐가 미안한지 설명하려니 말이 길어졌고, 말이 길어지니 구차해졌고, 구차해지니 창을 닫아 버렸다.
가을이 되었을 때, 나는 한결이가 없는 일상에 완전히 적응해 있었다. 적응이라는 말이 이렇게 쓸쓸한 단어인 줄, 그때 처음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