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책장 한글 타자 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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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책장 전문
책은 쉬울 줄 알았다. 각자 산 책을 각자 가져가면 되니까.
문제는 경계선에 있는 책들이었다. 내가 사서 그가 더 여러 번 읽은 책. 그가 선물했는데 내 취향이 아니어서 내가 그에게 다시 선물한 책. 둘이 반씩 읽다가 둘 다 결말을 모르는 책. 여행지 헌책방에서 산, 누구 돈으로 샀는지 기억나지 않는 책.
"이건 네가 가져. 네가 밑줄 그었잖아."
그가 시집 한 권을 내밀었다. 펼쳐 보니 정말 밑줄이 있었다. 내 밑줄이었다. 그런데 그 아래에 연필로 아주 흐리게, 그의 글씨가 있었다.
"나도 여기 좋았음."
언제 적은 걸까. 나는 밑줄을 그은 기억은 있는데, 그가 그 밑줄 아래에 답을 달아 놓은 건 몰랐다. 내가 좋아한 문장을 그도 좋아했다는 걸, 우리는 한 번도 말로 확인한 적이 없었다. 같은 집에 살면서 같은 책의 같은 문장에 각자 표시를 해 놓고, 그 얘기를 안 했다.
우리가 어떻게 헤어지게 됐는지 누가 물으면 설명하기 어려웠는데, 이 시집 한 권이 설명 같았다. 좋은 걸 좋다고 말하는 데 게을러진 두 사람. 마음이 없어서가 아니라, 있는 마음을 자꾸 다음으로 미뤄서.
"시집은 반 나눌 수도 없네."
내가 웃자 그도 웃었다.
"뜯어서 홀수 쪽, 짝수 쪽 가질까."
농담을 하고 우리는 조금 오래 웃었다. 웃음이 잦아들 때쯤 그가 시집을 내 상자에 넣었다. 나는 그날 밤 내 방에서 그 시집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읽었다. 그의 연필 글씨는 세 군데 더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