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냉장고 문 한글 타자 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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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냉장고 문 전문
냉장고 문에는 우리가 다녀온 여행지의 자석들이 붙어 있었다.
제주도 돌하르방, 경주 첨성대, 여수 밤바다, 삿포로 눈사람, 그리고 방콕의 코끼리. 자석은 다섯 개였고, 칠 년의 연애에서 다섯 번의 여행은 많은 건지 적은 건지 알 수 없었다.
"자석도 나누는 거야?"
그가 웃으며 물었고, 우리는 냉장고 앞에 나란히 서서 자석을 하나씩 뗐다. 떼면서 자연스럽게 그 여행들 얘기가 나왔다. 제주도에서 렌터카 배터리가 방전돼서 낯선 할아버지 트럭에 얻어 탄 것. 경주에서 내가 자전거를 타다 넘어져서 그가 나를 업고 삼십 분을 걸은 것. 삿포로에서 눈을 처음 본 사람들처럼 눈싸움을 한 것.
방콕 코끼리를 떼는데 우리 둘 다 잠깐 말이 없어졌다.
방콕은 마지막 여행이었다. 작년 겨울. 가서 우리는 좋은 호텔에 묵었고, 좋은 것을 먹었고, 사진도 많이 찍었다. 그리고 나는 수영장 선베드에 나란히 누워 각자 휴대폰을 보던 오후에, 처음으로 그 생각을 했다. 우리 지금, 헤어지는 연습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같은 곳에 있는데 같이 있지 않은 시간이, 여행지에서는 유난히 크게 보였다.
"방콕 거는 네가 가질래?"
그가 코끼리 자석을 내밀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너 가져. 아니면... 버려도 되고."
"버리진 말자."
그가 말했다. 버리진 말자. 우리 사이에 대한 말 같아서, 나는 코끼리를 받아서 내 상자에 넣었다. 미운 기억이 아니었다. 아픈 기억이었다. 밉지 않고 아프기만 한 것들은 버려지지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