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빈집 한글 타자 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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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빈집 전문
아침 아홉 시, 내 트럭이 먼저 왔다.
상자 아홉 개와 옷걸이와 화분이 실리는 데는 이십 분도 걸리지 않았다. 삼 년이 이십 분 만에 실렸다. 기사님이 먼저 내려가 계시겠다고 하고, 나는 마지막으로 집을 한 바퀴 돌았다.
부엌. 안방. 베란다. 화장실 거울. 거울에는 그가 붙여 놓은 포스트잇 자국이 아직 끈적하게 남아 있었다. 언젠가 내가 몸살이 났을 때 그가 붙여 놨던 메모. '약 먹고 출근할 것. 저녁에 죽 사 감.' 메모는 진작 떼어졌지만 자국은 삼 년을 붙어 있었다.
현관에서 그가 서 있었다.
"조심히 가."
"너도. 열쇠 반납 잘하고."
우리는 악수를 할 뻔했다. 서로 손을 반쯤 내밀다가, 이게 아니지 싶어서 어색하게 웃었고, 결국 그가 팔을 벌렸다. 우리는 잠깐 안았다. 칠 년의 마지막 포옹은 삼 초쯤이었고, 아무 냄새도 안 나는 새 옷 냄새가 났고, 그의 등은 기억보다 조금 말라 있었다.
"잘 살아."
그가 말했다. 잘 지내,도 아니고 또 보자,도 아니고, 잘 살아. 그 말이 제일 정확했다. 우리는 이제 서로의 지냄이 아니라 삶을 빌어 주는 사이가 되는 것이다.
"너도. 진짜로 잘 살아."
엘리베이터 문이 닫힐 때까지 그는 현관에 서 있었다. 일층에 내려와 올려다본 삼층 베란다에, 그가 나와 있었다. 손은 흔들지 않았다. 그냥 서 있었다. 나도 손을 흔들지 않았다. 그게 우리의 마지막 인사였다. 흔들지 않은 두 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