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우산 한글 타자 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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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우산 전문
칠월의 어느 화요일, 모임이 끝나자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우산을 안 가져온 사람이 셋이었다. 창가 할아버지는 책방 주인이 데려다드리기로 했고, 남은 건 나와 그였다. 그의 가방에서 접이식 우산이 나왔다. 그는 우산과 나를 번갈아 보더니, 세상에서 제일 사무적인 말투로 말했다.
"방향이 어느 쪽이세요."
"저기, 사거리 지나서요."
"같은 방향이네요."
나중에 알았지만 그의 집은 반대 방향이었다.
우산 하나를 쓰고 걷는 십오 분 동안 우리는 처음으로 문장 바깥의 대화를 했다. 그는 회사원이었고, 화요일 모임은 이 년째라고 했다. 왜 필사를 하냐고 물었더니 그는 조금 걷다가 대답했다.
"회사에서 하루 종일 쓰는 말이 있잖아요. 보고하고, 조율하고, 죄송하다고 하는 말들. 그런 말만 쓰다 보면 내 말이 다 닳는 것 같아서요. 화요일에 와서 좋은 문장을 베끼고 있으면, 말을 다시 채워 가는 기분이에요."
"충전이네요."
"네. 사람 많은 데서 하는 충전."
빗소리 사이로 그가 덧붙였다.
"원래는 조용해서 다녔는데, 요즘은 다른 이유도 좀 있고요."
나는 그 말의 뒷부분을 캐묻지 않았다. 캐물으면 부서질 것 같은 말이 있다. 사거리에서 우리는 헤어졌고, 나는 우산을 씌워 준 쪽 어깨가 다 젖은 그의 뒷모습을 오래 봤다.
집에 와서 공책을 폈는데, 그날 적은 문장들이 하나도 눈에 안 들어왔다. 대신 나는 공책 귀퉁이에 이렇게 적었다. 사람 많은 데서 하는 충전. 남의 말인데, 벌써 내 것 같은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