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착각 금지 한글 타자 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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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착각 금지 전문
착각하지 말자, 가 그 무렵 나의 표어였다.
문장은 문장일 뿐이다. 우연은 우연일 뿐이다. 반대 방향인 걸 알면서 같은 방향이라고 한 건... 그건 그냥 친절일 뿐이다. 나는 원고 마감을 하다 말고 자꾸 판례를 뒤지는 변호사처럼 지난 화요일들을 검토했다. 유죄의 증거와 무죄의 증거가 반반이었다.
문제는 화요일이 너무 멀다는 것이었다. 일주일에 한 번. 두 시간. 대화는 거의 하지 않습니다. 이 규칙적인 접촉은 마음을 키우기에 최악의 조건이었다. 아니, 최적의 조건이었나. 자주 못 보니까 한 번이 오래갔다. 말을 못 하니까 문장 하나를 갖고 일주일을 살았다.
그 주에 나는 부러 아무 마음도 안 담긴 문장을 골랐다. 날씨에 대한 문장. 지리에 대한 문장. 낭독 시간에도 제일 건조한 것을 읽었다.
"오늘 적은 문장입니다. — 장마전선은 남북으로 오르내리며 한 달가량 머무른다."
몇 사람이 웃었다. 그도 웃었다. 그리고 자기 차례에 이렇게 읽었다.
"오늘 적은 문장입니다. — 오래 머무르는 것들에는 다 이유가 있다."
집에 오는 길에 나는 결국 인정했다. 판례고 뭐고, 나는 이미 기울었다.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면 세상 모든 문장이 그 사람 쪽으로 기운다. 장마전선 같은 문장을 골라도 소용없다. 그 문장을 고르는 마음이 이미 그 사람을 통과해서 나오니까.
착각이면 어때, 라고 그날 처음 생각했다. 착각은 혼자서도 할 수 있지만, 이런 우연이 매주 겹치는 건 혼자서는 못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