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일흔두 살의 신입생 한글 타자 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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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일흔두 살의 신입생 전문
할머니가 글을 배우기 시작한 것은 일흔두 살 되던 해 봄이었다.
면 복지관에 한글교실이 생겼다며 젊은 선생님이 집까지 찾아왔을 때, 할머니는 손사래를 쳤다고 한다. 다 늙어서 무슨 글이냐고, 인자 배워서 어디다 쓰냐고. 선생님은 그 봄에 세 번을 찾아왔고, 세 번째에 할머니가 마루에 앉으라 하더니 딱 한 가지를 물었다고 한다.
"늙은이도, 정말로 배워지는가?"
할머니는 학교 문턱을 밟아 본 적이 없었다. 딸이라서 그랬고, 전쟁통이라 그랬고, 등에 업어 키워야 할 동생이 넷이라 그랬다. 이유는 많았지만 결과는 하나였다. 할머니는 평생 버스 앞에 붙은 행선지를 읽지 못해 옆 사람에게 물었고, 은행에서는 이름 대신 손도장을 찍었고, 자식들 이름 석 자만은 글자가 아니라 그림처럼 통째로 외워서 알아보았다.
그런 세월이 육십 년이 넘었다.
한글교실에 나가기 시작한 할머니는 그 반에서 제일 나이 많은 학생이었고, 제일 숙제를 열심히 하는 학생이었다고 한다. 받아쓰기에서 처음 백 점을 맞은 날에는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 다짜고짜 이렇게 말씀하셨단다.
"애비냐. 나 백 점 맞았다."
그해 추석에 할머니는 나를 부엌으로 부르더니, 달력 뒷장에 연필로 내 이름 석 자를 써서 보여 주셨다. 자음 하나하나에 힘이 들어가 종이가 눌려 있었다.
"네 이름이 제일 어렵더라. 받침이 요망시러워서."
나는 그때 스무 살이었고, 그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몰랐다. 잘 쓰셨네, 하고 웃고 말았다. 할머니는 그 종이를 다시 곱게 접어 앞치마 주머니에 넣으셨다. 지금 생각하면, 그 종이도 어딘가에 아직 있을 것이다.
글을 다 배운 할머니가 그다음에 시작한 일이 공책이었다. 남의 문장을 옮겨 적는 일. 왜 하필 그 일이었을까. 그때는 아무도 묻지 않았고, 이제는 물을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