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세 번 적힌 문장 한글 타자 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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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세 번 적힌 문장 전문
두 번째 공책 중간쯤에서, 나는 같은 문장을 다시 만났다.
"사람은 저 살아온 대로 말한다."
분명히 첫 번째 공책에서 옮긴 문장이었다. 처음에는 할머니가 깜박하고 두 번 적으셨나 했다. 그런데 네 번째 공책에서 그 문장이 또 나왔다. 세 번 모두 앞뒤 문장으로 미루어 다른 해, 다른 계절이었다.
세 번째로 적힌 페이지는 유독 자국이 깊었다. 연필을 얼마나 눌러 썼는지, 다음 장까지 글자가 배겨 있었다. 나는 불을 끄고도 한참, 손끝으로 그 자국을 만져 보았다.
다음 날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할머니가 무슨 말 때문에 상처받으신 적 있어? 사람은 저 살아온 대로 말한다, 이런 문장을 세 번이나 적어 두셨는데."
엄마는 한참 말이 없다가, 글쎄, 하고 운을 뗐다. 시골 살림에 그런 일이 왜 없었겠냐고 했다. 계 모임에서 통장을 못 읽는다고 면전에서 무시당한 일, 낫 놓고 기역 자도 모른다는 소리를 웃음 섞어 들은 일. 그런 말들은 웃음에 섞여 와서, 따지지도 못한다고 했다.
"근데 느이 할머니가 한글교실 다니기 시작한 게 그 무렵일걸."
전화를 끊고 나는 2화쯤 전에 옮겨 둔 문장을 다시 찾아 읽었다. 늙은이도 정말로 배워지는가, 물으셨다던 그 봄. 선생님이 세 번 찾아와서 마음을 돌리신 게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마음은 그 전에, 어떤 말 한마디에 이미 정해져 있었을지도.
할머니는 자기에게 박힌 말을 뽑아내는 대신, 공책에 적어 두는 쪽을 택했다. 세 번을 적는 동안 그 문장은 조금씩 다른 것이 되었을 것이다. 처음에는 상처로, 다음에는 다짐으로, 마지막에는 아마, 용서로.
물론 이것은 전부 나의 짐작이다. 공책은 아무 설명도 해 주지 않는다. 다만 눌린 자국의 깊이만큼을 보여 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