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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ial Practice

5화. 라디오의 밤

한이음 · 한글타자왕 오리지널 · 일곱 번째 공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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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라디오의 밤 한글 타자 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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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라디오의 밤 전문

공책을 옮기다 보면 출처를 알아맞히는 재미가 있었다. 달력 격언은 표가 났다. 한 달에 하나씩, 비슷한 훈계조였다. 드라마 대사도 표가 났다. "사는 게 별거냐, 저녁에 같이 밥 먹을 사람 있으면 그게 다지." 이런 문장 옆에는 꼭 사람 이름이 적혀 있었다. 극 중 이름인지 배우 이름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시가 있었다. 시는 라디오에서 왔다. 할머니의 라디오는 밤이면 시를 읽어 주는 프로그램에 맞춰져 있었다. 문제는 낭송이 할머니의 연필보다 빠르다는 것이었다. 공책에는 첫 줄만 적히고 만 시가 여럿이었다. 그 아래 여백이, 미처 못 받아 적은 문장들의 자리처럼 비어 있었다. 다섯 번째 공책을 옮기다가, 나는 자판 위에서 손을 멈췄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그 아래로 시 한 편이 끝까지 적혀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 시의 다음 구절들이 어디서 왔는지 알고 있었다. 몇 해 전 어느 아침, 출근길에 할머니의 전화를 받았다. 저기, 그,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다음이 뭐드라. 라디오에서 들었는디 뒤를 놓쳤다. 나는 지하철 환승 통로를 걸으며 건성으로 대답했다. 할머니 나 회의 들어가야 돼요, 문자로 보내 드릴게. 검색해서 나온 시를 복사해 붙이고, 전송을 누르고, 잊어버렸다. 공책에는 그 시가 내 문자 그대로 적혀 있었다. 줄바꿈까지 그대로. 내가 실수로 빠뜨린 조사 하나까지 그대로. 나는 그 페이지를 옮기지 못하고 오래 앉아 있었다. 내가 삼십 초 만에 복사해 보낸 문장을, 할머니는 돋보기를 쓰고 한 자 한 자 베껴 적으셨을 것이다. 나에게는 검색 결과였던 것이 할머니에게는 원본이었다. 그날 밤 나는 처음으로 공책에 대고 소리 내어 말했다. 할머니, 그때 그냥 전화로 끝까지 읽어 드릴걸. 공책은 대답이 없었다. 대신 다음 장에는 동그라미가 하나 그려져 있었다. 문장도 낱말도 없이 동그라미 하나. 그날은 아마, 적고 싶은 마음이 글자가 되어 주지 않는 날이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