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폐기 도서 목록 한글 타자 연습
이 페이지는 한글타자왕 오리지널의 '2화. 폐기 도서 목록' 전문을 제공하며, 이를 활용하여 한글 타자 연습을 하실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상단의 감성적인 원고지 화면에서 제시된 글을 따라 입력하며 연습을 진행해보세요. 이 한글 타자 연습 서비스는 연습 중인 사용자의 타자 속도(타수)와 정확도를 실시간으로 매우 정확하게 측정해 드립니다. 지속적인 연습을 통해 타자 실력을 향상시키고 자신만의 기록을 세워보세요!
2화. 폐기 도서 목록 전문
일은 단순했다.
책을 꺼낸다. 바코드를 찍는다. 목록에 적는다. 상자에 넣는다. 그게 다였다. 십 년 넘게 아무도 안 빌린 책이란 건, 다시 말해 아무도 아쉬워하지 않을 책이라는 뜻이었다.
그런데 책이라는 게, 막상 버리려고 손에 쥐면 한 번은 펼쳐 보게 된다.
책 뒤표지 안쪽에는 옛날식 대출카드 주머니가 붙어 있었다. 지금은 바코드로 다 처리하지만, 옛날에는 카드에 이름을 적고 빌려 갔다고 했다. 낡은 카드에는 볼펜으로 눌러쓴 이름들이 남아 있었다. 1994, 1997, 2001. 이름 옆의 연도들. 이 사람들은 지금 다 어디서 뭘 하고 있을까. 마흔이 넘었겠지. 이 책을 빌렸던 걸 기억이나 할까.
사흘째 되던 날이었다.
『데미안』. 표지가 바랜 세로쓰기 판본이었다. 바코드를 찍으려고 책을 펼쳤는데, 속표지 여백에 연필 글씨가 보였다. 낙서겠거니 하고 넘기려다가, 나는 손을 멈췄다.
"1999. 3. 나는 내가 뭘 좋아하는지 모른다. 담임은 그게 큰일이라고 한다. 열여덟인데 벌써 큰일이 났다. — ㅎ"
나는 그 자리에 서서 그 문장을 세 번 읽었다.
스물일곱 해 전의 누군가가, 지금의 나와 정확히 같은 말을 하고 있었다. 연필 글씨는 흐렸지만 또렷했다. 흐린데 또렷하다는 게 말이 안 되는 것 같지만, 정말 그랬다.
나는 그 책을 폐기 상자에 넣지 못하고, 목록 용지 밑에 슬쩍 빼 두었다.
그리고 다음 책을 펼쳤을 때부터, 나는 바코드보다 여백을 먼저 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