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ㅎ의 필체 한글 타자 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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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ㅎ의 필체 전문
'ㅎ'의 글씨는 금방 눈에 익었다.
히읗을 쓸 때 지붕을 삐딱하게 얹는 버릇. 문장 끝에 마침표를 꾹 눌러 찍는 버릇. 일주일 사이에 나는 서고에서 같은 필체를 네 권이나 더 찾아냈다. 『수레바퀴 아래서』, 낡은 시집 두 권, 그리고 표지가 떨어져 나간 세계사 책.
메모는 책의 내용과 상관이 있기도 했고 없기도 했다.
"1999. 4. 모의고사를 봤다. 수학 시간에 창밖을 봤다. 벚꽃이 지고 있어서 봤는데, 다 지고 나서도 보고 있었다."
"1999. 5. 아버지가 원서에 쓸 과를 정해 오셨다. 나는 아직 나를 못 정했는데 과가 먼저 정해졌다."
"이 페이지를 베껴 적었다. 좋은 문장은 훔쳐서라도 갖고 싶다. 공책에 옮기면 내 것이 되는 기분이다."
마지막 메모 아래에는 그 페이지의 시 한 구절에 연필로 밑줄이 그어져 있었다.
나는 어느새 그 메모들을 내 노트에 옮겨 적고 있었다. 처음에는 폐기되기 전에 남겨 둬야 할 것 같아서였다. 그런데 옮겨 적다 보니 이상한 일이 생겼다. 남의 문장을 한 글자씩 따라 쓰는 동안, 그게 꼭 내 이야기처럼 읽히는 것이다. 아버지가 정해 온 과. 다 지고 나서도 보게 되는 벚꽃. 훔쳐서라도 갖고 싶은 문장.
화요일과 목요일이 기다려지기 시작했다. 이런 건 처음이었다.
강 선생님은 내가 목록 작성이 느려진 걸 알았을 텐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한번은 지나가면서 무심하게 물었다.
"뭐 재미있는 거라도 찾았냐."
"아니요. 별로요."
나는 왜인지 ㅎ을 숨겼다. 아직 아무에게도 보여 주고 싶지 않았다.